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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신청하는 재정신청 사건 처리에 평균 넉 달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처리 기간인 3개월을 준수하지 못한 지 4년째로, 신청인들의 권리 구제가 지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신청은 고소인 등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옳고 그름을 가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등법원에서 올해 1월~6월 심리가 종결된 재정신청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120.1일로 집계됐다. 지난해(154.1일)보다 한 달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긴 수준이다.
형사소송법 262조는 법원은 재정신청서를 송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공소제기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전국 법원의 평균 처리 기간은 2019년(85.6일) 이후 급격히 늘어 2021년 108.3일, 2022년 172.3일로 나타났다. 4년째 규정을 상회하는 셈이다.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건은 더욱 늦어졌다. 지난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채널A 사건' 무혐의 처분 판단은 8개월 만에 나왔고,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가 전·현직 검사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은 1년 10개월째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하고 당사자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절차다. 법원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리면 검사는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
법원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사건처리가 적체되면서 처리 기간이 급속도로 늘었다"며 "미제 사건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사건들도 순차적으로 처리돼 기간이 짧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고법 처리 기간은 150.7일로 가장 길었다. 가장 짧은 대구고법(74.9일)의 두 배 수준이다. 대전고법(144일)이 두 번째로 길었고 부산고법(143.3일), 광주고법(106.6일), 수원고법(81.6일)이 뒤를 이었다.
법원 측은 재정 사건 담당 재판부가 지난해부터 해묵은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사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미제로 분류돼 기간 산출에 산입되지 않지만, 처리할 경우 포함돼 통계상 기간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는 "접수된 지 3~4년 된 장기 미제 사건을 두고 최근 접수된 사건부터 처리하면 처리 기간은 짧아질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건수는 적더라도 밀린 사건부터 처리하는 게 재판 속도가 빨라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2020년 이후 서울고법에 제출된 재정신청 사건은 4만 5508건으로 전국 6개 고등법원의 총 사건 9만 8276건의 절반 수준(46.3%)이다. 앞선 관계자는 "서울고법은 복잡한 사안이 많은 서울중앙지검 사건을 처리하는 특수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법은 2020년 재정신청 사건만 전담하는 재판부를 신설했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전담 재판부 소속 부장판사가 근무 도중 지병이 재발한 이후 별세하기도 했다.
유상범 의원은 "재정신청에 대해 신속한 판단이 이뤄져야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는 이 제도가 의미를 갖게 된다"며 "재판 지연 해결을 위해 모두가 고민하는 만큼 사법부와 함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