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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원실 단독보도] 조선일보 - [단독] 부족한 송·배전망에 발전 줄이는 원전 급증... 4년 만에 2배로
작성일 2024-11-01

[단독] 부족한 송·배전망에 발전 줄이는 원전 급증... 4년 만에 2배로

입력  
 
수정 2024.10.16. 오전 10:44
 기사원문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 원자력발전소 모습. 가장 우측의 한울 6호기는 원전 출력을 낮춰 발전량을 줄이는 출력 제어 조치를 올해만 세 차례 겪었다. 변전소 등 전력망 설비 고장으로 전기 공급 과잉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 원자력발전소 모습. 가장 우측의 한울 6호기는 원전 출력을 낮춰 발전량을 줄이는 출력 제어 조치를 올해만 세 차례 겪었다. 변전소 등 전력망 설비 고장으로 전기 공급 과잉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송배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고 기존 전력망 고장이 잦아지면서 원전의 출력 제어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한국수력원자력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 원전은 지난 4월 30일 6호기를 시작으로 2호기와 4호기까지 3기가 차례로 출력을 200MW(메가와트)씩 총 600MW 낮추는 ‘출력 제어’를 했다. 전기를 보내는 송전 선로 수용량이 한계에 다다르자 급하게 전력 생산을 줄인 것이다. 이미 4월 중순부터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이 꽉 차 강릉과 삼척, 동해 등 동해안 지역 석탄발전소 8기가 가동을 중단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신충주 변전소 설비까지 고장이 나자 송전망이 크게 부족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원전 3기의 전력 생산은 닷새 동안 급감했고, 이 기간 생산하지 못한 전력량은 2만9600MWh(메가와트시)에 달했다. 9만 가구(4인 기준)가 한 달 동안 쓰는 전기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인공지능(AI) 확산, 전기차 보급 등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생산한 전력을 수요지로 보내는 송·배전망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망 확충이 늦어지면서 값싼 원전 가동을 억지로 줄이는 일이 늘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선 송·배전망 자체에서 문제가 잇따르면서 우려가 커진다. 차량은 많아졌지만 도로망은 늘리지 않은 탓에 정체가 심해지고, 이젠 기존 도로마저 곳곳에서 보수 공사를 하느라 길이 더 막히는 셈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세계 각국에서 연료비가 싸고 발전량이 큰 원전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확충이 제때 되지 않은 탓에 운영 중인 원전조차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15일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실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올해(1~7월) 원전 출력을 억지로 줄여 생산하지 못한 전력량은 16만3200MWh에 달했다. 대표적 전력 다소비 대기업인 에쓰오일이나 SK에너지 같은 정유사가 2~3주 동안 쓰는 전기에 해당하는 규모로, 반년 남짓한 기간에 2020년(8만2200MWh)과 비교하면 2배로 늘었다. 정비 때 외에는 1년 365일 일정하게 출력을 내는 원전이 갑자기 발전량을 줄이는 건 과거엔 거의 없던 일이다. 하지만 송·배전망 부족이 심해지고, 최근 들어 관련 설비가 고장나는 일도 빈번해지는 추세다.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몰려 있는 동해안은 원전 4~5기에 해당하는 최대 6.4GW(기가와트)가 송전망이 없어 수도권으로 가지 못하고 있고, 원전과 태양광, 풍력 등이 몰린 호남 지역에서도 수요처로 보내지 못하는 전기가 최대 2.3GW에 이른다.

올 들어 신충주 변전소 외에도 지난 7월 신제천 변전소 설비에 문제가 생기며 한울 1, 6호기와 신한울 1호기가 가동을 줄였다. 앞서 지난해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많은 전남 영광 한빛원전이 봄철에만 5번이나 전력 생산을 줄이기도 했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고속도로 같은 전력망뿐 아니라 호남 지역 안에서 전기를 보내는 간선 송전망도 부족하다 보니,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보내느라 부득이하게 원전 출력을 줄여야 했다”고 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1080MW 수준이던 태양광 발전 설비 규모는 10년 만인 지난해 말 기준 22배가 넘는 2만3900MW로 급증했다.

송·배전망 고민 없이 우후죽순 늘어났던 재생에너지 발전도 이젠 줄줄이 멈추고 있다. 지난해 태양광도 다른 에너지원과 같이 강제로 설비를 끌 수 있도록 겨우 제도를 도입했는데, 올해는 설비를 끄는 빈도나 정도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태양광 발전소를 강제로 끄면서 생산하지 못한 전력량은 지난해엔 286MWh에 그쳤지만, 올 들어선 7월까지 지난해의 17.4배인 4982MWh까지 확대됐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송·배전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전이든 태양광이든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송·배전망 보급을 최우선순위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느라 무리하게 돌리는 발전 설비의 피로도가 심해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낮 몇 시간만 전기를 생산하는 탓에 변동성이 큰 태양광의 비율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전과 양수발전소 등 발전소는 물론, 변전소 설비에도 무리가 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지난 여름 예천 양수 발전소 고장에 따른 추가 비용이 5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며 “들쑥날쑥한 태양광 발전량을 맞추느라 발전 및 송·변전 설비 고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송·배전망 확충 등 대대적 전력 인프라 보완 없이는 원전 정상화나 탄소 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등 어떤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출력을 줄이고, 태양광 발전을 멈추는 일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송·배전망 확충 없이 무탄소 발전 설비를 늘려봐야 공급 과잉 우려만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장은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지 않으면 결국 기대한 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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