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감 지적 후에도 편성 몰아주기
농·수협 뺀 상위 업체 방송 비중 37%서 45%↑
업계 “홈쇼핑 재고 감당할 中企 찾기 어려워” 의견도
공영홈쇼핑의 방송 편성 몰아주기가 올해도 여전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공영홈쇼핑은 중소벤처기업부 유관 기관으로 중소기업의 혁신제품과 농·축·수산품 판로 확대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일부 업체에만 판로를 몰아주고 있는 셈이다. 공영홈쇼핑은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사항을 지적받았음에도 오히려 상황은 악화했다.
/공영홈쇼핑 제공
이날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공영홈쇼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영홈쇼핑은 9월 말까지 351개 업체가 입점해 총 6503회의 방송을 편성했다. 공영홈쇼핑은 방송을 농산·문화서비스·생활문화·수산·축산·패션뷰티·공익상생 7가지 항목으로 나눠 편성하는데 각 항목의 방송 편성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방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1%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여러 농·어민, 중소상공인으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농·수협이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각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빼더라도 절반에 가까운(44.8%)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장 방송 편성을 많이 받은 업체는 축산물을 판매하는 ‘뉴월드통상’으로 올해 216회나 방송 기회를 얻었다.
뉴월드통상은 공영홈쇼핑에 소고기 등을 납품하는 주 협력사 중 하나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지난달 말로 계약이 해지 됐다.
중소벤처기업부 감사 결과 뉴월드통상에서 판매한 한우 불고기에서 젖소 DNA가 검출됐으며, 수입산 소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팔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회사의 김병형 회장이 공영홈쇼핑 직원 여러 명에게 고성으로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업체가 전체 방송의 3%를 차지할 때 전체 입점 업체 가운데 27.6%(97개)는 올해 단 한 차례 방송을 편성 받는 데 그쳤다. 뉴월드통상은 올해 공영홈쇼핑 방송을 통해 회당 평균 1억8000만여원의 매출을 올려 총 38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반면 방송을 1회밖에 하지 못한 업체들의 평균 매출액은 6500만원에 그쳤다.
공영홈쇼핑의 이러한 몰아주기 편성은 해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당한 2022년보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공영홈쇼핑은 8590회 방송 가운데 상위 10개 업체가 60.1%(5166회)를 차지했고, 농·수협과 중기유통센터를 제외하면 상위 업체들의 비중은 37.4%에 그쳤다. 해당 수치는 지난해에는 각각 66.9%, 45.2%로 집계됐다.
공영홈쇼핑 개국 이후 업체 간 누적 방송 편성 횟수가 많게는 수천회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홈쇼핑의 특성상 방송 편성이 잦은 업체일수록 매출 규모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적 판로지원 기능을 하는 기관에서 발생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강승규 의원은 “공영홈쇼핑의 특정 업체 몰아주기 편성은 기관 설립 취지를 역행하는 것으로 전임 대표들이 공영홈쇼핑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며 “이제는 본연의 취지로 돌아가 중소기업 혁신 제품 발굴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홈쇼핑 업계에서는 이러한 편중 현상은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이 중기부 유관 기관이지만, 기관 운영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 충당하고 있다”면서 “조직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매출이 발생하는 업체를 자주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 상품만 취급해야 하는 공영홈쇼핑의 특성상 많게는 수억원에 달할지 모를 재고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24시간 운영되는 홈쇼핑 방송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공영홈쇼핑의 임직원 수는 380여 명으로 다른 홈쇼핑 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문제도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CJ ENM의 커머스 부문 직원 수는 876명으로 집계됐으며, GS리테일의 홈쇼핑 사업 부문 직원 수는 777명으로 나타났다. NS쇼핑 역시 지난해 기준 임직원 수는 531명으로 공영홈쇼핑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