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가 2017년부터 신규 사업으로 추진해온 ‘슬롯머신 해외 수출’ 사업이 투입한 예산에 비해 성과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슬롯머신 제조·판촉에만 140억원을 넘게 썼지만, 실제 수출액은 약 12억원에 그쳤다. 해외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슬롯머신 시장에 안일하게 뛰어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실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자체 개발한 슬롯머신 ‘KL 사베리’를 올 8월까지 필리핀 카지노에 총 62대 수출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금액은 총 12억5800만원으로, 슬롯머신 1대당 약 2000만원 꼴이다. 앞서 강원랜드는 슬롯머신 필리핀 수출 소식을 알리며 “국제시장에서 강원랜드 슬롯머신이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업 내역을 뜯어보면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랜드가 이 사업 시작 후 지난달까지 슬롯머신 개발·제조와 판촉 등에 들인 돈만 143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에 참가해 슬롯머신을 홍보했지만, 필리핀 외에는 수출 계약을 성사하지 못했다. 2022년 4월에는 이삼걸 당시 강원랜드 대표가 슬롯머신 홍보 명목으로 영국·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 출장을 다녀왔지만 이 역시 성과가 없었다. 이 출장에 들어간 비용만 8600만원이다.
향후에도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슬롯머신 시장은 미국 IGT와 라이트&원더, 호주 아리스토크랫 등 해외 대기업 3사가 점유율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 이용 고객들은 본인이 선호하는 슬롯머신을 계속 즐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슬롯머신 시장에 뛰어든 신규 사업자가 점유율을 넓히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기우 기자 rainplz@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