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각과 행복이 최우선인 국가정책, 국민의힘이 만들겠습니다.
남북 교류협력 투명성 제고 위한
‘대북사업·방북자 지정 기탁제’ 도입
2008. 10. 23(목)
I. 문제제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이 요동치고 국내 달러화 수급 및 외환보유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조국평화통일협의회 진모 목사의 미화 5만 달러 미신고 북한 반입 사건이 발생했다.
본 의원은 이 사건이 그 동안 우리 정부(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해왔는지를 일깨워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의 원인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유입되는 현금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되어 있고, 남북 출입관리 체계가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본 의원은 현행 ‘외국환거래법’만으로는 방북자의 거액 외화 반출 문제를 시정하기에 역부족임을 지적하며, 앞으로 정부가 해당 법규의 개정 작업과 함께 가칭 ‘대북사업·방북자 지정 기탁제’를 마련해 시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아울러 남북 출입관리 체계도 전반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살펴서 정부 통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II. 대북 자금흐름의 관리·감독 문제점
1. 외국환거래법 위반 문제
이번 사건의 시발점은 기획재정부 소관법령인 ‘외국환거래법’과 하위 규정인 ‘기획재정부 고시’(제2008-11호)의 규정이다.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 2008.2.29, 법률 제8863호], 기획재정부 고시 (제2008-11호)
법령 내용은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링크를 참조.
http://www.mosf.go.kr/law/law_00.php?tname=EC0102 이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액수로 미화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외화를 휴대하고 출국할 경우에는 우리 세관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기획재정부 고시 제6-2조 내용. 이 규정을 위반하는 자는 동법 제28조 (벌칙)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이러한 규정들은 우리나라가 국제교역에 필요한 외환을 잘 관리하기 위한 것이 1차적 목적이다. 해외여행자의 소지 금액에 관한 신고 규정을 둔 것은 이른바 ‘환치기’로 대표되는 불법·탈법 외환거래로 인한 국가적·개인적 피해를 예방하려는 목적과 아울러 최근에는 국제테러·조직범죄 등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들은 대부분 이러한 외환 소지 신고나 제한 규정을 두고 있고, 공항만의 세관을 통해 이런 규정을 집행한다. 우리 국민이 관련 규정을 지키면서 우리와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수립된 국가들과 거래하거나 이들 국가에 여행한다면, 아무런 제지나 불편을 당할 일이 없다.
문제는 우리 국민이 개성·금강산 관광이나 기타 목적으로 북한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다. 방북할 때 거치는 절차는 기타 해외여행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여권만 휴대하지 않을 뿐, 출입국 신고나 세관 신고는 거의 똑같다. 그러나 크게 다른 점 한 가지는 북한 내에서 사용할 모든 돈을 달러화로 환전해서 현금으로 들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원화도 반입 안 되고 신용카드는 어림도 없다. 이처럼 방북자들은 많든 적든 얼마 정도의 외화(달러)를 휴대하게 되므로 당연히 외국환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먼저 봐야하는 부분은 기술적으로 아직도 남과 북은 적대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적성국’을 방문하는 국민에게 현행 외국환거래법 규정의 ‘1만 불’ 외화 미신고 상한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규정을 편법으로 악용할 때 발생한다.
먼저 미화 1만 달러란 어느 정도 부피인지 보자. 최근 환율로 1만 달러는 약 1,300만원 정도다. 2008.10.22 현재 1달러=1,363원 (외환은행 기준 환율) 만원권 지폐로는 1,300장이나 된다. 그러나 100달러짜리 달러화로는 단 100장에 불과하다. 개인이 소지해 휴대하는데 크게 부담이 없어 은닉·밀반출이 용이한 편이다. 부피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1만 달러를 일부 초과한다고 해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법적으로 1만 달러 미만은 미신고로 반출이 가능하고 전적으로 합법인 셈이어서, 다음과 같은 편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10명이 각 1만 달러씩 휴대해 방북할 경우, 합법적으로 북한측에 전달할 수 있는 금액은 총 10만 달러(1억 3천만 원)이다. 조금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만약 100명 규모의 방북단이 각 1만 달러씩 가져간다면, 100만 달러(13억 원)를 북한에 주고 올 수 있다. 일일이 세어보지 않으면 확인하기도 어렵고, 설사 적발한다고 해도 외국환거래법에 의한 제재·처벌이 불가능하다.
본 의원은 이러한 법적·제도적 미비가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통일부는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와 협조해 이런 규정을 재·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방북자의 휴대 외화 액수를 제한하거나, 훨씬 낮춘 신고 상한선을 둔다든지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 허술한 남북 출입 통제 및 대북송금 감시 체계
다행히 관련 규정을 고쳐서 방북자의 현금 휴대가능 액수를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규정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 목사 사건에서 본 바와 같이 남북 출입사무소(CIQ)의 통제가 느슨하고 전반적인 대북송금 감시 체계가 부실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짚어보면, 도라산 CIQ의 세관 직원이 X선 투시로 진 목사가 5만 달러의 화폐를 소지한 사실을 인지했고, 이에 따라 진 목사에게 외화 신고 후 반출토록 요청한 것까지는 정상적이고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입경 시간이 촉박하고 대기 인원이 많아서 세관 담당자가 진 목사의 신고절차를 받지 않고 통과시켰다고 해명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었다.
바쁘고 귀찮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뭔가 좋지 않은 의도가 있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진 목사는 세관 직원의 지시를 너무도 쉽게 무시해버렸다. 또한 어떻게 일개 실무 담당자가 외국환거래법처럼 중요한 규정의 위반 사실을 발견하고도 방북을 방관했는지도 의문이다.
본 의원이 보기에는 세관 직원이 너무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거나, 아니면 도라산 CIQ의 출입국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서 이런 사건이 생겼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이와 같이 부적절한 사건의 책임은 1차적으로는 진 목사 개인에게 있고, 2차적으로는 담당 세관원의 책임도 있지만, 개성공단, 개성·금강산관광 사업, 각종 남북 교류협력 사업 등을 총괄하는 통일부측의 책임도 무겁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개성·금강산 지구의 CIQ처럼 국내에 위치한 남북 출입사무소를 통해 방북하는 인원 및 현금을 통제하는 것은 그나마 쉬운 편이다.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한 방북은 사실상 정부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본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 출입국 관리업무와 대북송금 감시 체계에 대해서 전반적인 재평가와 재검토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이 사건으로 우리의 대외적 이미지와 신인도가 훼손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III. 정책 제안 : 향후 제도 개선 방향
이번 사건은 국민들로 하여금 김대중 정부의 대북 불법송금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사실 대북 인도적 지원, 경협, 사회문화 교류 등 다양한 명목으로 그간 북한에 제공했던 현금·현물 등 투명하게 통계에 잡히는 규모도 상당하지만, 이것이 이른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훨씬 더 막대한 규모의 불투명한 대북지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진 목사 사건은 이런 국민적인 의구심을 근거 없는 오해라고 일축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을 준다.
만약 이것이 오해라고 한다면, 정부 당국, 특히 통일부에서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경로·거래자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문제점이 많고 개선이 시급하다.
진 목사 사건을 계기로 집중 점검할 부분은 ‘대북 송금의 투명성 제고’ 문제다. 본 의원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2단계의 해법을 제시한다.
(1)「남북 사이의 청산결제에 관한 합의서」의 실효성 있는 이행 추진 제3국 은행을 거치지 않고 남북간 청산결제은행을 통한 직접 결제를 가능하게 만들어 결제비용과 시간을 절약하자는 취지의 합의서. (본문은 통일부 홈페이지 자료실, 남북회담자료를 참조.)
* 청산결제란 남북교역에 대해 매 거래시마다 현금으로 상대측에 결제하지 않고, 청산결제은행에 개설된 청산계정에 기장해 두었다가, 그 차액을 1년 단위로 청산하는 방식이다.
*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장관급회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 개최로 마련된 남북 4대 경협합의서(▲청산결제, ▲이중과세방지, ▲투자보장, ▲상사분쟁 조정절차, 2003년 8월 20일 발효)는 남북 경협의 제도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발효 이후 5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이들 합의서는 실효성 있게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2)「대북사업·방북자 지정 기탁제」(가칭) 추진
첫째, ‘남북 사이의 청산결제에 관한 합의서’가 이행된다면, 경협 및 남북교류에서 발생하는 투명성, 비용, 시간 등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다만, 2003년 8월 20일 발효된 이후 실제 이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북측의 전향적인 협조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태다. 사실상 경협사업자 등 규모가 큰 거래에만 한정되는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개인 방북자나 기타 소규모 남북교류사업에까지 확대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측면도 있다.
둘째, 가칭 ‘대북사업·방북자 지정 기탁제’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것은 앞서 지적된 대북 자금 유입을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국환거래법의 재·개정이 없이도 대북 송금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특히 북한과 우리 민간단체 및 사업자 간의 은밀한 ‘뒷거래’를 막아 ‘통민봉관’도 차단하고, 우리의 지렛대도 강화할 수 있다.
< ‘대북사업·방북자 지정 기탁제’의 주요 내용 >
o 지정 기탁제 운영 방식
- 대북사업 지정자, 국내 지정 사무소 및 남측 CIQ에서 기탁 접수
- 정부가 승인한 남북교류 및 경협 등 용처가 명확한 금액
- 북측 CIQ 또는 기타 지정된 장소에서 관계공무원 입회 하 북측 기관 또는 개인을 확인, 영수 처리 완료하고 기탁된 금액을 전달
- 송금의 경우, 정부의 지정 계좌로 예치 후 직·간접 송금 처리
o 대북사업자·방북자 외화 휴대 규정 마련
- 관광 등 일반 목적으로 방북시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 휴대 제한
- 세관에서 미신고 반출 시도가 적발되면 전액 압수 및 사법 처리
o 적용 범위
- 관광 등 일반 목적으로 방북하는 대한민국 국적자 전원
- 원칙적으로 중국 등 제3국 경유 방북자에 대해서도 동 조치 적용
- 기탁된 이외의 비용 무단 전달 적발시 처벌
- 단, 이산가족 상봉 및 고향 방문시 완화된 예외 규정 적용, 방북 승인을 득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
o 기대 효과
- 대북 자금흐름의 투명성 제고
- 북한의 ‘통민봉관’ 시도 차단
-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지렛대 강화
IV. 맺음말
신정부 출범 후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경협 4원칙으로 ① 북핵 진전, ② 경제적 타당성, ③ 재정부담 능력, ④ 국민적 합의를 제시했다. 이후 통일부는 그간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대북정책을 지양하고, ‘비핵·개방 3000’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거듭 우리의 남북관계 발전 의지의 진정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의 단호한 의지 없이는 잘못된 남북관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음이 자명해지고 있다. 이번 진 목사 사건을 계기로 각종 대북사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충분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인지 확실하게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본 의원의 제안을 제도화하기 위해선는 정부차원의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본 의원의 제안을 심도있게 검토·보완해 보다 나은 정상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도구로 삼기를 바란다.